북한의 함정 정보가 담긴 군사기밀을 반출한 혐의로 기소된 국방과학연구소(ADD) 전 연구원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11단독(장민주 부장판사)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증거은닉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DD 전 연구원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증거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따라 A씨의 부탁을 받아 기밀 자료가 담긴 박스를 보관하다 함께 기소(증거은닉 혐의)된 동국대 교수 B씨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국방 고등 기술 분야에서 40년 가까이 일해온 A씨는 2019년 ADD를 퇴사할 때 북한 함정 관련 등의 군사기밀 자료가 담긴 개인 수첩을 반납하지 않고 외부로 반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구소 퇴사와 함께 2급 군사기밀 접근 권한이 사라진 A씨는 그해 동국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A씨는 북한의 공기부양정 침투에 대응해 무인 수상정 군집학습 시뮬레이터를 구현하는 과제를 ADD와 계약했다.
모의실험을 위해 북한 공기부양정 모형을 만들려면 관련 재원이 필요했는데, 검찰은 A씨가 반출한 기밀 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듬해 5월 1일 A씨는 경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당일 오전 동국대 지하 주차장에서 B씨에게 수첩이 든 박스를 맡겼고, 이를 받아 보관한 혐의로 B씨도 기소됐다.
재판과정에서 B씨는 박스 안에 어떤 물건이 들어있는지 몰랐다는 주장을 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B씨가 박스 안에 A씨의 형사사건 증거가 들어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는지를 판단할 구체적인 증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장 부장판사는 "피고인 업무수첩에 적은 내용은 ADD 기밀 정보와 동일했다. 비밀문서를 열람하고 그대로 기재·정리했기에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가 충분히 성립한다"며 "죄책이 절대 가볍지 않지만, 문서 일부를 발췌한 내용 위험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고 외부로 유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