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비상계엄이 해제된 직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네 덕분에 빨리 끝났구먼"이라고 말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조 청장은 경찰 특별수사단 조사에서 당시 대통령에게 "이렇게 끝나게 돼 죄송하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이 "수고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계엄령 발령과 해제 과정에서 대통령과 경찰청장의 지시 및 대응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조 청장은 계엄령 발령 직후 국회 출입 통제를 지시했으나, 밤 11시 6분부터 약 30분간 통제가 풀리면서 국회의원, 국회 관계자, 취재진 등이 본회의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11시 37분경 계엄사령관이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의 요청을 받고 다시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령 발표 이후 총 6차례에 걸쳐 조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포고령도 발표됐으니 국회의원을 체포하라"고 지시했으나, 조 청장은 이러한 지시를 일선 경찰에 하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청장은 또한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포함한 15명의 위치 추적과 수사관 100명 지원 요청을 받았으나, 간부들에게 "절대 협조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거부는 대통령 및 계엄 관련 기관의 요구와 상반되는 입장을 보여줬다.
특히 계엄령 발령 2시간 전인 저녁 7시 20분, 조 청장은 윤 대통령의 호출로 안가에서 열린 비밀 회동에 참석했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이후 세부 계획이 적힌 A4 용지 1장을 제시하며 일방적으로 지시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문서에는 "밤 10시에 계엄령 발령, 밤 11시에 국회 장악" 등의 계획이 시간 순서대로 적혀 있었다고 한다. 조 청장은 김봉식 서울경찰청장과 안가를 나온 뒤 "이게 실제 상황인지 시험인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후 공관으로 돌아가 배우자에게 "말도 안 된다. 이 계획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될 리 없다"고 말하며 해당 A4 용지를 찢었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계엄 상황 종료 후 경찰청장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으며, 비상계엄 기간 중 자신이 겪은 고뇌와 윤 대통령의 지시를 둘러싼 갈등을 수사단에 상세히 밝혔다. 현재 조 청장은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돼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상태로, 오는 13일 열릴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계엄령 발령과 집행 과정에서 국가기관 간 역할 및 권한 남용 여부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조 청장의 진술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윤 대통령의 리더십과 계엄령 결정 과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며 향후 수사 및 법적 판단 결과에 따라 상당한 여파를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