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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의 편견을 지우는 해소법
  • 임미경 음악 전문 칼럼리스트
  • 등록 2023-12-31 19:33:54
  • 수정 2024-01-03 15: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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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경 교수(음악전문 칼럼리스트)


연말 연시의 들뜬 분위기와 함께 많은 문화 행사들이 제공되는 가운데 다양한 클래식 음악회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클래식 음악은 어렵고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라고 인식되지만 사실은 음악의 이해와 접근을 통해 누구나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은 ‘고상한 사람’ 이라는 우스꽝스러운 공식을 내세워 고상한 지성인이 되어보자고 권하는 것이 아닌 왜 클래식 음악이 어렵게 느껴지는지 대한 주된 3가지 편견과 이를 위한 해소 방법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1. 지금 현시대의 음악이 아닌 수백 년 전 음악

인류 시작의 역사와 함께 음악은 존재했지만 현재 우리가 보편적으로 듣고 연주되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것은 대략 1600년대(바로크 시대)부터 시작해 서양에서 발전된 음악을 말한다.클래식 음악은 지금의 현대 사람들에게는 먼 과거의 작품으로 그 시대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과 동시에 작곡자의 음악적 스타일을 모두 품은 예술적 가치를 가진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음악은 소리 예술의 특성상 아무런 지식 배경 없이도 우리는 즉각적이고 감각적으로 “멜로디가 아름답다” 등과 같이 소리 조합을 즐길 수 있겠지만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지적 호기심을 더한다면 그 음악에 내포된 시대의 정신과 작곡가들의 감정이 결합된 큰 개념의 예술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 활동하던 고전시대(대략 1750-1820)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에 중점을 둔 계몽주의 사상이 지배되던 시기였다. 이에 작곡가들도 음악의 흐름이 균형 있고, 조화로우며, 명료한 체계 안에서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이로 인해 이 시대의 음악은 전 후 시대(바로크 와 낭만시대) 와는 달리 보다 정교한 구성 안에서 뚜렷한 멜로디 선율로 작곡 되고 음악적인 형식미가 강조되었다.

우리가 커피나 와인의 역사와 종류에 대해 약간의 배경 지식을 갖추고 또 맛의 차이에 대해 어느 정도의 경험치가 쌓였을 때 흥미는 배가 되고 온전히 즐길 수 있다. 클래식 음악도 알아가는 과정에서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음악적 배경 지식을 쌓는 약간의 수고가 수반되었을 때 음악에서 느끼는 감동이 배가 될 것이다.요즘 같은 정보가 흘러 넘치는 시대에 잠깐의 시간으로 책이나 인터넷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원하는 음악 작품에 대한 정보는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2. 지루하게 긴 음악

클래식 음악은 2-5분 정도의 짧은 소품의 곡들도 많지만 한 곡의 연주길이가 대략30분-1시간정도 되는 곡들도 많이 있다. 평범한 사람이 어떤 것에 온전히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1시간이라는 연구 결과에 비춰 봤을 때 클래식 한 곡 전체를 듣기 위한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럼 왜 클래식 곡은 길게 연주되는 걸까?그것은 많은 클래식 음악들이 여러 악장이 하나의 곡으로 묶여진 연주 형태로 되어 있다는 게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악기에 의해 연주되는 기악 음악은 처음부터 독자적인 음악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노래 또는 춤을 추기 위해 필요한 보조 역할로만 과거에 쓰여졌다. 이후 노래와 춤의 반주 역할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기악 음악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것은 여러 춤곡을 모은 형태의 영향을 받아 각기 다른 주제의 여러 부분이 하나의 세트로 연주되는 모음곡의 형식을 취하게 된다. 점차 각 부분들은 길이가 길어지며 ‘악장’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어 긴 구조의 음악을 낳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악장은 빠르고 경쾌한 반면 어떤 것은 느리고 차분한 분위기를 나타내면서 각 악장마다 특징되는 음악 형식을 가지면서도 조화로운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만약 작품의 전체 악장을 듣는 게 부담스럽다면 자신이 선호하는 어느 특정한 악장을 선택해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연주자들도 가끔은 음악회의 취지에 맞게 또는 연주 프로그램 성격상 하나의 악장만 택해서 연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3. 낯선 음악 용어

우리에게 친숙한 바흐는 독일,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쇼팽은 폴란드인임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음악에서 사용되는 용어는 하나의 통일된 언어를 사용한다. 프랑스어로 사용된 드뷔시의 악보처럼 간혹 자국어로 쓰여진 악보들도 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음악 용어는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다.

이는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 992-1050)라는 이탈리아인에 의해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계이름과 악보 기보법의 기초가 마련 된 것에 기인한다. 또한 이탈리아가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서 오랫동안 음악이 발전 해온 것이 이탈리아어가 음악 용어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음악의 표현 수단으로서 하나의 지정된 언어는 전통을 유지하면서 음악을 이해하고 연주하는데 있어서 일관성을 제공하는 하나의 약속이라할 수 있겠다.

태권도가 우리나라의 예전 무술을 기반으로 된 한국의 대표적인 스포츠로서 전세계인들에게 우리나라 언어로 된 용어로 전해지듯 이와 같은 맥락이라 보면 될 것 같다. 낯선 용어에 대한 거부감 보다 오히려 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특별한 코드를 공유 한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재미있는 일례로 이탈리아에서 정류장의 뜻으로 쓰이는 페르마타 (Fermata) 는 음악 기호에서 박자를 길게 늘려 잠시 멈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살펴본 것처럼 클래식이 어렵고 지루한 음악으로 인식되는 것은 그저 표면적인 관점에서 오는 편견일 뿐 클래식 음악의 본질과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 한다면, 누구나 클래식 음악을 무리 없이 흥미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오랜 역사를 거쳐 현재까지 보존된 음악에 대한 관심, 나의 음악적 취향에 맞는 곡에 선택적 집중, 그리고 그 음악에서 사용되는 용어에 익숙해지는 경험에서 분명 클래식 음악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조성진과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2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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