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이 끝난 스마트폰 수천 대를 연결해 저비용·저탄소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구글과 미국 UC샌디에이고(UCSD) 연구진은 최근 폐기된 스마트폰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컴퓨팅 인프라인 ‘폰 클러스터 컴퓨팅(Phone Cluster Computing)’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사용 수명이 끝난 스마트폰을 재활용해 데이터센터로 활용함으로써 전자폐기물 문제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진은 수명이 다한 구글 픽셀(Pixel) 스마트폰의 메인보드를 활용해 서버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마트폰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내재 탄소(Embodied Carbon)’를 줄이고, 기존 하드웨어의 활용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시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출시된 지 3~4년이 지난 스마트폰도 단일 코어 성능에서는 최신 서버용 프로세서에 필적하거나 일부 항목에서는 더 높은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필요 없는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카메라, 스피커, 외장 케이스 등을 제거하고 핵심 부품인 메인보드만 남겼다. 이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제거한 뒤 범용 리눅스 운영체제를 설치해 일반 서버 환경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를 통해 컨테이너 기술과 쿠버네티스(Kubernetes) 같은 데이터센터 운영 플랫폼도 구동할 수 있게 됐다.
성능 테스트 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구형 스마트폰 25~50대를 연결할 경우 최신 듀얼 소켓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한 대와 비슷한 수준의 연산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마트폰 20대로 구성된 클러스터만으로도 대학 강의 75명 이상이 동시에 이용하는 과제 제출 및 자동 채점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향후 총 2,000대 규모의 스마트폰 클러스터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완성될 경우 100개 이상의 대학 강의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의 처리 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와 반도체 생산에 따른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평균 교체 주기는 약 4년에 불과하지만, 대부분의 기기는 핵심 연산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태에서 폐기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유휴 자원을 재활용하면 신규 서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 소비와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즉시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생성형 AI 학습과 추론에는 대규모 병렬 연산과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전문 서버와 AI 가속기가 여전히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대학과 연구기관, 비영리단체, 중소규모 조직 등 예산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충분히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진은 소비자용 하드웨어의 장기 안정성과 데이터센터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실증 작업을 진행 중이며, 전체 시스템은 2026년 가을 정식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스마트폰 재활용 컴퓨팅 연구는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폐기 스마트폰을 활용한 소형 데이터센터 실험이 진행됐으며, 미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 탐사 헬리콥터 ‘인제뉴어티(Ingenuity)’에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운용한 바 있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