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가 대규모 비트코인을 보유한 상태로 증시에 입성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최근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총 1만8,712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현재 시세 기준으로 약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다.
시장에서는 단순히 비트코인 보유 규모보다 스페이스X의 사업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비트코인 투자 자체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는 기업과 달리,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 서비스와 위성 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를 기반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술기업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발사 서비스와 정부 계약, 스타링크 사업 등을 통해 약 19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이 스페이스X의 핵심 사업이 아닌 재무자산 운용 수단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동안 상장기업 가운데 비트코인 보유의 대표 사례로는 스트래티지(Strategy·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꼽혀 왔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매입을 핵심 경영 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주가 역시 비트코인 가격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
반면 스페이스X는 본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기업으로, 비트코인 보유가 기업 가치의 핵심 요소가 아니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페이스X가 비트코인을 보유한 첫 대형 기술기업은 아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 2021년 약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했으며 현재도 1만1,509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가 상장 이후 비트코인을 매입한 것과 달리 스페이스X는 비트코인을 보유한 상태에서 상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상장 이후에는 분기보고서와 실적 발표를 통해 비트코인 보유 현황과 평가손익이 정기적으로 공개될 예정이어서 시장은 비트코인 가격 변동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스페이스X가 가상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회계상 변동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는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의 비트코인 보유는 사실상 비트코인 자체에 투자하는 기업 중심으로 인식돼 왔다”며 “스페이스X 사례는 디지털자산이 일반 기업의 재무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스페이스X가 비트코인 보유에 따른 위험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경우 향후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디지털자산 투자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진웅 경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