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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沈默 백 년, 만해의 삶과 시대정신’
  • 편집국
  • 등록 2026-06-09 08: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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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해아카이브연구소 님의침묵 100주년 학술대회



만해 한용운 스님을 둘러싼 기억과 기념사업이 시대마다 서로 다른 목적과 맥락 속에서 형성돼 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만해아카이브연구소와 불교평론은 지난 5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님의 침묵’ 출간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 ‘님의 침묵 백 년, 만해의 삶과 시대정신’을 개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경순 학예연구사는 ‘만해에 대한 기억과 전유의 전략’을 주제로 해방 직후 조선불교총무원 기관지 '신생'과 1970년대 불교계 잡지 『불교』를 중심으로 만해스님 기념사업의 형성과정을 분석했다.

 

발표에 따르면 해방 직후 발간된 '신생'은 만해스님을 추모하고 기념한 최초의 교단 매체로 평가된다. 당시 불교계 지도부는 만해스님을 항일 민족운동의 지도자이자 불교개혁의 상징으로 부각시키며 자신들이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김법린이 집필한 ‘삼일운동과 불교’는 만해를 중심으로 한 불교계 3·1운동 서사의 틀을 형성했으며, 이후 불교계 독립운동 연구와 기념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이 연구사는 해방 이후 진행된 만해 기념사업이 단순한 추모를 넘어 교단 운영의 정당성과 권위를 확보하려는 정치적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교단 지도부가 식민지 잔재 청산과 교단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만해의 상징성을 적극 활용했으며, 만해의 대중불교 사상 역시 개혁의 근거로 제시됐다는 설명이다.

 

또 오늘날 널리 알려진 만해 관련 일화와 기억 상당수가 제자들의 회고와 증언을 통해 형성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불교계 3·1운동의 전개 과정과 공약삼장 작성 논란, 만해의 항일정신을 보여주는 여러 일화가 제자들의 기록을 통해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 연구사는 “우리가 기억하는 만해의 모습 역시 특정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것”이라며 “만해를 둘러싼 기억의 형성과 전유 과정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해를 단순히 민족지도자나 불교개혁가라는 이미지로만 고정하기보다 그가 살았던 시대와 사상, 그리고 이후 만해를 계승하려 했던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만해 사상의 현재적 의미를 새롭게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만해의 삶과 문학, 철학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발표도 이어졌다. 발표자로는 조성환 교수의 ‘만해의 삶과 시대정신’, 이선이 교수의 ‘님의 침묵 100주년의 문학적 의미’, 박병기 교수의 ‘철학으로서 시의 가능성’, 김진병 소장의 ‘님의 침묵 판본 서지적 고찰’, 안영훈 교수의 ‘문학사적 관점에서 본 만해의 문학’ 등이 참여했다.

 

주최 측은 이번 학술대회가 '님의 침묵' 출간 100주년을 맞아 만해스님의 문학과 사상, 독립운동 정신, 불교개혁론을 종합적으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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