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과 미래 통찰을 재조명한 신간 ‘경제사상가 이건희’가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 허문명 작가가 집필한 이번 책은 총 2권으로 구성됐다. 1권 ‘생각―AI와 로봇 세상을 예견한 미래설계자’, 2권 ‘행동―세상을 바꾸다: 반도체부터 반려견까지’다.
책은 단순한 삼성 성공담이 아니라, 이건희 회장을 시대 변화를 먼저 읽어낸 ‘경제사상가’이자 미래를 설계한 경영자로 조명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반도체와AI(인공지능), 로봇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당시 “반도체 패권 시대가 온다”, “자동차는 바퀴 달린 컴퓨터가 된다”,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발표한 이른바 ‘신경영 선언’은 오늘날 AI 대전환 시대와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당시 “향후 10~20년의 변화는 더욱 클 것”이라며 “경제 시스템과 정보 습득 방식, 판단 속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은 이러한 발언들이 단순한 경영 구호가 아니라 AI와 디지털 혁명을 예견한 통찰이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수요 증가 속에 HBM4(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출하를 시작하며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한때 1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반도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 내부적으로는 성과급과 조직 운영 문제 등을 둘러싼 긴장감도 이어지고 있다. 책은 이런 상황 속에서 이 회장이 생전에 강조했던 위기의식과 ‘질문하는 경영’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회장은 임원 보고를 받을 때마다 반복적으로 “왜?”를 물으며 문제의 본질과 구조를 파고들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AI 시대에는 정보량보다 본질을 꿰뚫는 질문 능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권에서는 반도체 사업뿐 아니라 디자인 혁신, 스포츠 지원,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 등도 함께 다뤄진다.
책은 이를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세상이 아직 주목하지 못한 가치를 먼저 발견하고 현실로 만든 사례”로 해석한다.
특히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운영은 기업 이미지를 넘어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철학이 담긴 프로젝트였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이 남긴 “아름다운 것이 결국 이긴다”는 말 역시 단순한 디자인 철학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 감성을 함께 바라본 경영 철학이었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저자는 “지금 다시 이건희를 읽는다는 것은 과거를 회고하는 작업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