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미국에서 최대 3200만 마리의 수컷 모기를 방사하는 실험을 추진하면서 관심과 논란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얼핏 들으면 “모기를 없애겠다면서 왜 더 푸느냐”는 반응이 나오지만, 실제 목적은 모기의 번식을 차단해 감염병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구글은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특수 처리된 수컷 모기 대량 방사 허가를 신청했다. 이번 실험의 핵심은 ‘볼바키아(Wolbachia)’라는 세균이다.
볼바키아는 자연 상태에서도 곤충 몸속에서 발견되는 세균으로, 이에 감염된 수컷 모기가 일반 암컷 모기와 교미하면 알이 정상적으로 부화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를 반복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지역의 모기 개체 수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원리다.
특히 이번에 방사되는 것은 사람을 물지 않는 수컷 모기다. 실제 사람의 피를 빠는 것은 암컷 모기이며, 수컷은 꽃의 수액 등을 먹고 살아간다.
구글은 이번 실험이 유전자 조작(GMO) 방식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전자를 변형하는 대신 자연에 존재하는 세균의 특성을 이용해 번식만 억제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등장한 배경에는 기존 방역 방식의 한계가 있다. 살충제를 반복 사용하면서 모기 내성이 점점 강해지고 있고, 기후 변화로 인해 모기 활동 기간도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대규모 살충제 살포보다 모기 수 자체를 감소시키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험 대상은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를 옮기는 집모기 계열이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대부분 가벼운 증상으로 지나가지만 일부는 뇌염이나 수막염 등 심각한 신경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글은 단순히 모기를 풀어놓는 수준을 넘어 수컷 모기 대량 생산 기술, 암수 자동 분류 시스템, 지역별 방사량 계산 알고리즘 등 데이터 기반 방역 기술도 함께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비슷한 방식의 실험은 일부 지역에서 효과를 보였다. 구글은 지난 2018년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지역 실험에서 성수기 암컷 모기 수가 95%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뎅기열 감소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다만 우려도 여전하다.
일부 주민들은 수천만 마리의 곤충을 인위적으로 방사하는 것 자체에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모기 개체 수 감소가 지역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의 핵심은 단순한 모기 박멸이 아니라 감염병 위험 감소”라며 “실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감염률 감소로 이어지는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