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열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연등회가 서울 도심을 밝힌 50만 연등 물결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연등회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인사동과 종로 일대에서 열린 ‘연등놀이’를 끝으로 성황리에 회향했다. 전날 열린 대규모 연등 행렬의 감동을 이어가기 위해 마련된 이날 앙코르 행렬에는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며 서울 도심이 다시 한번 환희의 빛으로 물들었다.
행렬은 북인사마당을 출발해 인사동과 종로2가, 종각을 지나 공평사거리까지 이어졌다. 거리 곳곳에는 이른 시간부터 시민들이 모여들었으며, 형형색색의 연등과 대형 장엄등이 등장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특히 조계사와 봉은사를 비롯한 주요 사찰의 연등 행렬은 도심 야경과 어우러지며 장관을 연출했다. 조계사 행렬에는 주지 담화스님과 부주지 탄보스님 등 사중 스님들이 직접 참여해 시민들과 함께 걸으며 의미를 더했다.
올해 행렬에서 단연 눈길을 끈 건 로봇 스님이었다. AI 시대 흐름을 반영해 휴머노이드 로봇 4대와 자율주행 로봇 ‘뉴비’ 2대가 행렬에 참여했다. 장삼과 가사를 두른 ‘석자’, ‘모희’, ‘가비’, ‘니사’ 로봇 스님들은 손불등 대신 얼굴에 푸른 조명을 밝힌 채 자율주행 로봇 뉴비를 따라 걸었다. 동국대학교 AI 로봇 ‘혜안스님’도 함께했다. 로봇 스님들은 탑골공원에서 행진을 마무리했다.
행렬이 종착지인 공평사거리 특설무대에 도착한 뒤에는 야간 축제가 이어졌다. 장단랩스와 국악밴드 이상, 국악인 윤세연 등이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을 선보였으며, 조계사·봉은사 연희단과 연등회 서포터즈 ‘프렌즈’의 율동 공연도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DJ ‘스매셔(Smasher)’가 이끈 EDM 대동놀이였다. 강렬한 전자음악과 함께 시민들이 하나 되어 춤추고 뛰노는 모습이 연출되며 공평사거리는 거대한 야외 축제장으로 변모했다. 국적과 세대, 종교를 초월한 시민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봄밤의 흥겨움을 만끽했다.
이날 오전부터 조계사 앞 우정국로 일대에서는 전통문화마당도 펼쳐졌다. 70개 단체가 참여해 총 129개 체험 부스를 운영했으며, 연등 만들기와 선명상, 전통문화 체험, 국제 불교문화 교류 행사 등이 진행돼 하루 종일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끈 ‘운동하는 붓다’ 굿즈와 환경 보호를 위한 반려식물 나눔 행사에는 긴 줄이 이어졌으며, 미얀마·태국·스리랑카·네팔 등 8개국이 참여한 국제마당도 큰 관심을 모았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이날 전통문화마당을 찾아 참가 단체와 시민들을 격려했으며, 각 부스를 직접 둘러보며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서울 도심을 환하게 밝힌 2026 연등회는 이날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으며, 오는 24일 전국 사찰에서 봉행되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으로 그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