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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된 초대교회 신약 사본 42쪽 복원
  • 이훈구
  • 등록 2026-05-05 02: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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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래스고대 연구진, 첨단 영상기술로 ‘코덱스 H’ 재구성
  • 성경 전승사 연구 새 전기 ⋯ 초대교회 귀중한 자료


초기 기독교 시대 신약성경 사본에서 오랫동안 사라졌던 수십 페이지가 복원되면서, 사도 바울 서신의 초기 전승과 해석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새롭게 드러났다. 학계는 이번 성과가 성경 본문 전승사 연구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글래스고대학교가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최근 첨단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해 6세기 그리스어 필사본 Codex H에서 사라졌던 42쪽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이 사본은 사도 바울의 편지를 담고 있는 초기 신약 사본으로, 학계에서는 ‘GA 015’라는 명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코덱스 H는 13세기경 아토스산(Mount Athos)의 한 수도원에서 해체된 뒤, 양피지 페이지가 다른 책의 제본 재료로 재사용되면서 원형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잔존 조각들은 유럽 각지 도서관으로 흩어졌으며, 상당수는 소실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진은 이번 복원의 핵심으로 ‘다중 스펙트럼 이미징(multispectral imaging)’ 기술을 적용했다. 이는 자외선부터 적외선까지 다양한 파장의 빛을 이용해 원고를 촬영함으로써,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희미한 잉크 흔적까지 복원하는 방식이다.

 

연구를 이끈 게릭 알렌(Garrick Allen 교수는 “과거 재잉크 처리 과정에서 남겨진 화학적 흔적이 맞은편 페이지에 반사되며 원문을 보존하고 있었다”며 “최신 이미지 처리 기법으로 이를 판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에서 특히 주목되는 성과는 바울 서신에 대한 가장 초기 형태의 장(章) 목록이다. 이는 현대 성경의 장 구분 방식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 초대교회 공동체가 성경 본문을 배열하고 이해했던 방식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필사 과정에서 서기관들이 본문을 수정하거나 주석을 덧붙인 흔적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필사 작업을 넘어, 초기 신자들이 공동체 안에서 성경을 해석하고 신학적으로 성찰했음을 시사한다. 성경이 당시에도 ‘살아 있는 텍스트’로 기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손상된 양피지가 중세 시대에 다른 책의 재료로 재활용된 사실은, 성경 사본이 단순한 보존 대상이 아니라 시대적 환경 속에서 물질적 변화를 겪어온 역사적 유물임을 드러낸다.

 

연구팀은 사본의 연대를 확인하기 위해 프랑스 연구진과 협력해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실시했으며, 해당 양피지가 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여러 연구기관과 필사본 소장 기관들이 공동 참여했다.

 

학계는 이번 복원이 단순한 유물 복원을 넘어,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지적 문화와 예배 속 성경 사용 방식을 재구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최근 예루살렘에서도 성서 시대와 관련된 고고학적 발견이 이어지며, 성경의 역사성과 전승 과정을 둘러싼 연구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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