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인지 노화와 치매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학술서가 출간됐다.
뇌 속의 사회는 최진영 교수가 엮은 책으로, 그동안 개인의 생물학적 문제로 여겨져 온 인지 노화와 치매를 ‘사회적 연결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은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된 한국 사회를 주요 연구 배경으로 삼았다. 전쟁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며 형성된 첫 고령 세대를 중심으로, 인지 노화와 치매 연구 결과를 다양한 사회 지표 변화와 함께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 노인층에서는 교육 수준이 인지 기능 유지와 노화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선진국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형성된 세대 간 교육 격차가 노년기 인지 건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21세기 들어 가족 구조 변화와 공동체 약화 등으로 사회적 지지와 자원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이러한 환경 변화가 개인의 뇌 노화 과정과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연구진은 실험실 기반 인지 연구와 사회 환경 데이터를 결합해, 사회적 관계의 질과 양이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책은 심리학, 사회학, 신경과학을 아우르는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치매를 단순한 질병이 아닌 사회적 현상으로 확장해 해석한다. 특히 개인의 생활 방식뿐 아니라 교육, 관계망, 사회적 자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뇌 건강을 형성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접근이 향후 고령화 정책과 치매 예방 전략 수립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 치료 중심에서 벗어나, 사회적 연결망 회복과 교육 기회 확대 등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뇌 속의 사회’는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 사회에서 치매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묻는 동시에, “뇌는 사회 속에서 늙는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