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불교계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포교 서비스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자현 스님 한국불교학회장(중앙승가대 교수)이 자신의 법문과 강의를 기반으로 한 챗봇 서비스 ‘AI 자현’을 선보이며, 전통 종교와 디지털 기술의 결합 가능성을 제시했다.
‘AI 자현’은 지난달 27일 공식 출시됐으며,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설치 없이 웹 브라우저를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iOS와 안드로이드 등 운영체제 구분 없이 접근이 가능해 이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스마트폰 홈 화면에 바로가기를 추가하면 일반 앱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은 콘텐츠 기반 전문성이다. 챗봇은 자현 스님이 직접 운영해온 유튜브 채널의 법문 영상 약 2,500편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 스님의 화법과 사상적 관점을 반영한 답변을 제공한다. 이용자는 질문에 대한 텍스트 답변과 함께 관련 법문 영상까지 추천받을 수 있어,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멀티미디어 설법’ 경험이 가능하다.
기능적 측면에서도 종교 서비스에 특화된 요소가 눈에 띈다. 첫 화면에서 사찰 주요 일정과 법회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전화 연결 기능을 통해 실제 도량과의 소통도 이어지도록 구성됐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신행 활동을 연결하는 구조로, 디지털 포교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서비스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방식으로 개발된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는 AI와의 대화만으로 코드를 생성하는 최신 개발 방식으로, 전통적인 프로그래밍 과정을 단축하고 콘텐츠 중심 서비스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종교계에서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한 사례는 국내 최초로 알려졌다.
불교계에서는 이번 시도를 두고 디지털 전환의 신호탄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법회와 온라인 신행이 확산되면서, 종교 콘텐츠 역시 플랫폼 기반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AI 챗봇이 주목받고 있다.
자현 스님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스님을 궁금해하면서도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며 “AI 자현이 불법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고, 실제 사찰 방문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종교뿐 아니라 교육, 상담, 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지식과 철학을 AI로 구현하는 ‘지식 디지털화’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며 “AI 자현은 그 초기 모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통과 기술의 접점에서 탄생한 ‘AI 자현’이 불교계 포교 방식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그리고 종교와 인공지능의 결합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