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조명 아래 바디프로필을 촬영하고, 헬스 트레이너로서 성공한 사업가의 삶을 살던 한 여성이 충청남도 부여의 깊은 산골마을 교회 사모가 되었다. 겉보기엔 '화려한 은퇴' 혹은 '뜻밖의 낙향'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세상을 향했던 도전이 하나님을 향한 헌신으로 바뀐 뜨거운 영적 서사가 숨어 있다. 최근 SNS(@zeehees, https://imginn.com/zeehees)에서 ‘시골교회 사모’라는 닉네임으로 13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기독교인은 물론 비신앙인들에게까지 깊은 울림을 주고 있는 김지희 사모(신성감리교회)의 이야기다.
김지희 사모의 인생 계획표에 '시골 교회 사모'라는 단어는 원래 존재하지 않았다. 체육대학 진학 후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하며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던 그녀는 20대와 30대 초반을 누구보다 치열하고 화려하게 보냈다. 모태신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계획대로 모든 일이 술술 풀리자 마음속에서 하나님은 점점 희미해졌다. 김 사모는 최근 방송 간증을 통해 “사업이 너무 잘 되던 3~4년 동안은 교회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며 “하나님 없이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다는 오만한 기도를 했던 적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정점에서 그녀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영혼이 메말라가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방황하던 그녀를 다시 붙든 것은 우연히 발을 들인 교회였다. 화려한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마주한 하나님의 음성은 준엄했다. 지금의 삶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이 아니라는 강렬한 확신이 들자, 그녀는 주저 없이 방향을 틀었다. 1년여의 신앙 회복 기간을 거치며 그녀가 선택한 길은 세상이 말하는 '꽃길'과는 거리가 먼, 시골 교회 목회자의 아내라는 '좁은 길'이었다. 남편 이수현 목사를 도와 부여군 신성리 산골마을에 정착한 김 사모에게 더 이상 교회의 크기나 성도 수, 열악한 환경은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트레이너 시절 길렀던 강인한 체력을 주일 성도들을 위한 식사 대접과 전도에 쏟아 붓기 시작했다.
김지희 사모가 올린 짧은 영상들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투박한 시골 부엌에서 성도들을 위해 정성껏 요리를 하고, 마을 어르신들을 섬기는 소박한 일상이 담긴 숏폼 영상이 게시 석 달 만에 조회수 130만 회를 돌파한 것이다. 댓글 창에는 "무교인데 영상만 보고 눈물이 났다", "이런 게 진짜 기독교인의 모습이다", "존경스럽다"는 응원이 줄을 이었다. 김 사모는 “식사 준비를 하든, 전도를 하든, 주보를 만들든 이곳에서 하는 모든 일이 결국 교회를 위한 일이 되기에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진정성 있는 헌신이 온라인이라는 메마른 공간을 적신 것이다.
독거노인이 대다수인 신성리 마을에서 김 사모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그녀의 가장 큰 소원은 “신성리 마을 100% 구원이 나의 마지막 꿈”이라고 말한다. 또한 김 사모는 “먼 훗날 어르신들이 천국에 가셔서 ‘그때 신성감리교회 김 사모가 너무 잘 섬겨줘서 예수 믿게 됐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이자 행복”이라고 전했다. 화려한 헬스클럽의 센터장에서 시골 마을의 심부름꾼이자 영적 동역자로 변신한 그녀의 삶은, '성공'의 정의를 다시 쓰게 만든다.
김지희 사모의 이야기는 미주 지역의 수많은 이민 교회와 성도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형화와 프로그램 중심의 사역 속에서 잊고 있었던 '한 영혼에 대한 진심'과 '삶으로 증명하는 전도'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따르지 못하는 길을 담담히 걷고 있는 김지희 사모. 그녀의 숏폼 영상은 짧지만, 그 영상이 남긴 영적 여운은 산골마을 신성리를 넘어 태평양 건너 미주 땅까지 뜨거운 부흥의 불씨를 전달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