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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AI 전쟁’ 재점화
  • 편집국
  • 등록 2026-04-08 04: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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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배우 vs 인간 노동”
  • 배우노조·스튜디오 재협상 돌입


미국 할리우드 배우노조와 주요 스튜디오 간 단체협약이 만료를 앞두면서,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2023년 대규모 파업 이후 가까스로 봉합됐던 ‘AI 논쟁’이 3년 만에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핵심 협상 주체는 SAG-AFTRA(미국배우방송인조합)와 AMPTP(미국제작사연맹)다. AMPTP는 넷플릭스, 디즈니,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아마존 등 350여 개 제작사를 대표하는 단체로, 사실상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 전반을 대변한다.

 

양측은 올해 2월 협상을 시작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6월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기존 계약은 오는 6월 30일 만료된다. 이번 재협상의 배경에는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있다. 2023년 파업 당시만 해도 AI는 대본 초안 작성이나 이미지 생성 등 보조 도구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현재는 배우의 표정, 음성, 동작까지 재현하는 ‘디지털 배우’ 기술이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군중 장면이나 보조 캐릭터는 물론, 특정 배우의 젊은 시절을 AI로 구현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협약이 기술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논란을 촉발한 대표 사례는 2025년 공개된 AI 배우 ‘틸리 노우드’다. 실제 배우 데이터 수백 명을 학습해 생성된 완전 합성 캐릭터로, 일부 에이전시가 영입을 검토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배우들의 연기 데이터가 보상 없이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대체”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SAG-AFTRA는 즉각 성명을 내고 “AI 캐릭터는 배우가 아니라 무단 데이터 활용의 결과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AI 학습 데이터 보상 문제다. 배우의 과거 작품이 AI 학습에 사용될 경우, 소급 보상을 해야 하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데이터 사용의 투명성과 수익 분배 구조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둘째는 이른바 ‘틸리세(Tilly Tax)’다. AI 합성 캐릭터를 사용할 경우 실제 배우 고용과 동일하거나 더 높은 비용을 부과하자는 개념으로, AI 도입의 경제적 유인을 차단하려는 전략이다. 셋째는 연금·건강보험 등 사회적 안전망 문제다. 스트리밍 전환과 일자리 감소로 이미 재정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AI 확산은 구조적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조 측은 AI 활용을 단체협약으로 직접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입법보다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스튜디오 측은 물러서기 어렵다. 스트리밍 경쟁 심화와 제작비 상승 속에서 AI는 비용 절감과 제작 속도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할리우드에서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며 “노조가 규제를 강화할수록 스튜디오는 더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AI 시대 콘텐츠 산업의 규칙을 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할리우드의 기준은 글로벌 표준으로 작동해 온 만큼,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제작 환경과 노동 규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은 AI가 인간 노동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첫 본격 충돌”이라며 “결과에 따라 전 세계 콘텐츠 산업의 구조가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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