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인공지능)가 정신과 약 처방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실험이 시작되면서 의료 현장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유타주는 AI 챗봇을 활용해 일부 정신과 약물의 재처방을 허용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샌프란시스코 기반 스타트업 ‘레지온 헬스(Legion Health)’가 개발한 AI 시스템을 활용해, 기존 처방을 받은 환자에 한해 항우울제 등 저위험 약물의 리필을 자동으로 승인하는 방식이다.
현재 프로작(Prozac), 졸로프트(Zoloft), 웰부트린(Wellbutrin) 등 15개 유지 약물이 대상이며, 신규 처방이나 고위험 약물은 제외된다. 환자는 기존 처방 이력 확인과 간단한 위험 평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일부 경우에는 의료진의 감독이 병행된다.
이번 시도는 미국 내 심각한 정신건강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타주에서는 약 50만 명이 정신건강 치료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를 활용하면 반복적인 처방 업무를 자동화해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고, 환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부 정신과 전문의들은 AI가 환자의 미묘한 상태 변화나 복합적인 증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오진, 과다 처방, 환자 상태 악화 등의 위험 가능성이 제기되며, “AI가 의사의 임상 판단을 대체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례는 AI가 단순 진단 보조를 넘어 실제 의료 의사결정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미국 의료계에서는 영상 판독, 환자 상담, 처방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AI 헬스케어가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임상 적용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AI 의료 확산의 핵심 변수로 규제와 책임 문제를 꼽고 있다. AI가 의료 판단에 개입할 경우, 오진이나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의료 접근성을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안전성과 신뢰 확보 없이는 확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결국 인간 의사와 AI의 협업 모델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