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제작된 AI(인공지능) 기반 장편 프로젝트가 세계 무대에 진출하며 콘텐츠 제작 패러다임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AI 하이브리드 장편 ‘젠플루언서’가 오는 23일부터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랑데뷰(Rendez-Vous)’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한국 AI 장편 프로젝트가 해당 공식 프로그램에 편성돼 상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젠플루언서’는 아이돌을 꿈꾸던 주인공이 사고 이후 가상 시스템에 접속해 K팝 아이돌을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그린 심리 서스펜스 작품이다. 제작사 무암(MooAm)이 자체 개발한 AI 제작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실사 촬영과 AI 영상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완성됐다.
특히 이 작품은 제작 과정 자체가 기술적 실험의 집약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약 6개월 동안 1만 컷 이상의 AI 이미지를 생성·보정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738개의 ‘오케이 컷(OK-Cut)’을 확보했다. 이 중 선별된 장면이 최종 작품에 반영됐다.
무암은 특정 인물과 공간을 AI로 학습시킨 뒤, 페이스 스왑과 장면 리라이팅, 오브젝트 제거 등 고도화된 기술을 적용해 재촬영 없이도 정교한 영상 구현에 성공했다. 이는 기존 제작 방식 대비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AI 기반 제작 공정을 실제 장편 제작에 적용하고 상업적 유통 가능성까지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이를 ‘AI 제작 시스템의 현실 검증 사례’로 보고 있다.
제작사 무암은 그동안 AI 콘텐츠 분야에서 다수의 성과를 축적해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표창(ICT 넥스트 어워즈) 수상과 CGV AI 영화제 대상 수상작 ‘더 롱 비지터(The Wrong Visitor)’를 포함해 20건 이상의 글로벌 프로젝트 성과를 기록했다.
또한 OpenAI 코리아 및 CJ ENM AI 콘텐츠 얼라이언스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적 신뢰성과 산업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해 왔다.
무암 관계자는 “중소 제작사로서 AI를 실제 제작 현장에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유통 가능한 결과물로 증명해 온 점이 이번 초청으로 이어졌다”며 “이번 월드 프리미어를 계기로 한국형 AI 제작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작품이 상영되는 칸 시리즈는 글로벌 OTT 및 방송 콘텐츠 트렌드를 가늠하는 주요 행사로, 신기술과 새로운 서사 구조를 실험하는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되는 무대다.
전문가들은 이번 초청이 한국 콘텐츠 산업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K-콘텐츠가 스토리와 제작 역량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앞으로는 AI 기술을 결합한 ‘제작 혁신’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AI가 영상 제작 전반에 확산될 경우, 제작비 구조와 인력 구성, 콘텐츠 생산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도 AI 기반 제작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젠플루언서’는 24일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상영될 예정이며, 이번 상영을 계기로 해외 배급 및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