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 기반 진료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한의학연)은 한의 임상 데이터를 AI 학습에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한 ‘건강인 한의 핵심 생체지표 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백서는 6개 한방병원이 참여한 다기관 연구를 통해 건강한 성인 1만3000명의 임상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구축됐다. 연구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됐다.
연구팀은 성별, 연령, 체질에 따른 표준 분포를 처음으로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의 진단 결과를 객관적으로 비교·검증할 수 있는 기준 체계를 마련했다.
특히 설진(혀 진단)에서 활용되는 ‘담홍지수’ 등 핵심 생체지표를 정량화해, 기존 정성적 판단 중심이던 한의 진단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단일 세포나 개별 지표가 아닌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한 멀티모달 분석 체계도 구축됐다. 개인별 고유 식별값을 기반으로 약 40만 건의 생체지표 데이터를 연결해 AI 학습에 즉시 활용 가능한 ‘AI-ready 데이터’ 환경을 구현했다.
또한 웹 기반 전자증례기록지(eCRF)를 개발해 임상 데이터의 실시간 입력과 수집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모바일 앱과 연동해 문진 및 설문 데이터를 자동으로 통합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와 함께 데이터 입력 단계에서 형식 오류, 누락 등을 자동 검증하고 변경 이력 관리와 백업 체계를 적용해 데이터 신뢰성과 보안성도 확보했다.
그동안 한의약 분야는 표준화된 측정 기준 부족으로 데이터 축적과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백서를 통해 표준 측정 절차와 참조값이 제시되면서, 연구기관이나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표준화 작업이 한의학 AI 개발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개인 맞춤형 진단 및 예측 모델 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일부 한방 의료기관에서는 이미 해당 표준 프로토콜을 도입해 AI 기반 진료 시스템 구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번 백서가 한의학의 AI 전환을 데이터 구조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이며 향후 전자의무기록(EHR) 표준화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확대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 된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가천대, 동국대, 동신대, 대전대, 세명대, 부산대 한방병원 등 6개 기관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