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발생한 임신 8개월 한인 여성 총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에게 ‘정신이상에 의한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한인사회에 충격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지 법원은 최근 피고인 코델 구스비(33•사진)에 대해 사건 당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정신이상 상태였다고 판단하고 ‘심신상실 무죄’(Not Guilty by Reason of Insanity)를 선고했다. 사건 발생 약 3년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킹카운티 검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023년 6월 13일 시애틀 다운타운 4번가와 레노라 스트리트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에 접근한 구스비는 별다른 이유 없이 총격을 가했으며, 이로 인해 임신 8개월이었던 권 모씨(34)와 태아가 숨졌다. 남편 권 모씨는 총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피해자와 가해자 간 사전 접촉은 전혀 없는 ‘무차별 범행’으로 확인됐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이 각각 의뢰한 정신건강 전문가 모두 가해자가 범행 당시 심각한 정신질환 상태였다는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구스비는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와 약물 사용 장애를 앓아온 것으로 조사됐으며, 체포 이후에도 치료 과정에서 약물 복용을 거부해 법원이 강제 투약을 허용하는 등 재판 능력 회복까지 약 3년이 소요됐다.
법원은 이러한 점을 근거로 형사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판결로 구스비가 즉시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정신병원에 장기 수용되며, 향후 석방 여부는 워싱턴주 공공안전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수용 기간은 사실상 종신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태아 사망에 대해 별도의 살인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워싱턴주 법상 살인죄는 ‘출생한 사람’을 대상으로 규정되며, 피고가 피해자의 임신 사실을 인지했다는 증거가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심신상실 무죄가 전체 중범죄 사건의 1% 미만에서만 제기되는 매우 드문 사례이며, 실제 인정 비율도 약 25%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처럼 중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법적 판단과 사회적 정의 사이의 괴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판결은 정신질환 범죄에 대한 형사 책임 범위와 치료 중심 접근 사이의 균형, 그리고 공공안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