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하루 종일 AI 챗봇을 괴롭히는 일을 하고 고액을 받는 이색 직업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캘리포니아 소재 AI 스타트업 멤비드(Memvid)는 최근 ‘AI 괴롭힘(AI Bully)’ 전용 직무 채용 공고를 통해 시간당 100달러, 하루 최대 800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을 제시(https://memvid.com)했다. 채용 인원은 1명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직무는 하루 8시간 동안 AI 챗봇과 대화를 이어가며 시스템의 반응을 테스트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원자는 동일한 질문을 반복하거나 이전 대화 내용을 다시 언급하는 방식으로 챗봇의 기억력과 맥락 유지 능력을 점검해야 하며, 모든 과정은 기록 및 분석 대상이 된다.
특히 이 직무는 컴퓨터공학 등 전문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기술에 대한 불만 경험과 반복 질문을 지속할 수 있는 인내력, 대화 흐름을 추적하는 집중력이 주요 자격 조건으로 제시됐다.
멤비드의 모하메드 오마르(Mohamed Omar)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AI 챗봇은 시간이 지날수록 맥락을 잃거나 잘못된 정보를 생성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한계를 드러내고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직무를 AI의 ‘스트레스 테스트’로 보고 있다. 자동화된 테스트 도구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대화의 자연스러움과 감정적 흐름, 반복 상황 대응 능력을 인간이 직접 평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인간 피드백을 기반으로 AI를 개선하는 방식인 RLHF(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와도 유사한 접근으로 평가된다.
‘RLHF’란 사람의 피드백을 이용해 AI를 더 똑똑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학습 방법을 말한다. AI를 사람이 직접 ‘좋다/나쁘다’ 평가해서 가르치는 방식으로 흔히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1단계는 ‘기본 학습 (Pretraining)’으로 인터넷 데이터로 AI를 먼저 학습하여 기본적인 언어 능력을 확보한다. 2단계로는 ‘인간 피드백 수집’으로 사람이 AI 답변을 보고 직접 평가를 하는 것으로 “이건 좋다, 이건 별로다”를 반복하여 어떤 답이 더 좋은지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는 ‘강화학습 (Reward 학습)’으로 인간이 좋아하는 답(보상)을 최대화하도록 학습하는 것이다. 쉽게 비유하면 기존 AI가 책만 보고 공부한 학생이라면 RLHF 적용 AI는 선생님이 계속 피드백을 주면서 훈련한 학생인 셈이다.
보수 수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반 직종 기준으로는 높은 수준이지만,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연봉과 비교하면 중간 수준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AI 시스템의 핵심 문제를 다루는 역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상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례를 두고 AI 시대 새로운 노동 형태의 등장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존의 개발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AI의 품질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CM HOLDINGS USA의 이주형 대표는 “AI가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발전하는 만큼, 인간의 경험과 감각을 반영하는 검증 작업은 필수적”이라며 “앞으로 AI 평가 및 테스트 관련 직무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