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한 인력난이 일본 종교계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교토대학교 구마가이 세이지 교수 연구팀이 불교 경전을 학습한 휴머노이드 인공지능(AI) 로봇 ‘붓다로이드’를 공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붓다로이드는 단순 음성 안내 수준을 넘어 승려처럼 걷고 절하며, 두 손을 모으는 합장 동작까지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종교 의례를 보조하거나 상담 역할 일부를 대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팀은 앞서 2021년 비생성형 불교 대화 AI ‘붓다봇’을 선보인 데 이어, 2022년에는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했다. 이번에는 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기체를 기반으로 ‘신체성’을 더해 전신 동작과 자연스러운 음성 대화를 동시에 구현했다.
붓다로이드는 방대한 불교 경전을 학습해 질문에 답한다. 고민 상담 요청이 들어오면 경전 구절을 인용한 뒤 해설을 덧붙이는 방식이다. 실제 시연에서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질문에 “상대와의 거리를 돌아보고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라”고 조언한 뒤 합장 자세를 취했다.
연구팀은 “두 발 보행과 전신 동작, 자연스러운 실시간 대화를 동시에 구현한 종교 휴머노이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인구 감소와 젊은 세대의 종교 이탈 심화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일본 불교 사찰의 약 30%가 2040년까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 사찰의 경우 후계 승려를 찾지 못해 운영이 중단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기술과 영성을 결합한 ‘테크노-스피리추얼리티’가 주목받고 있다. 2019년 교토의 고다이지는 관음보살을 형상화한 휴머노이드 로봇 ‘민다르’를 도입한 바 있다. 다만 민다르는 사전 녹음 설법 전달에 가까웠던 반면, 이번 붓다로이드는 실시간 상호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AI 로봇이 인간 승려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감소하는 종교 인력을 보조하며 새로운 종교 문화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와 인공지능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 일본의 이번 실험이 향후 세계 종교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