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의회 위증 혐의로 형사기소 위협에 직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금값이 급등했다. 연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금이 대거 안전자산으로 이동한 것이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미 동부시간 오전 10시 46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3.1% 오른 온스당 4,638.2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금값은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500달러선을 돌파한 이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은(銀)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팔랐다. 3월 인도분 은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8.2% 급등한 온스당 85.84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금보다 변동성이 큰 은에 투기적 자금까지 가세하면서 상승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불안을 키운 직접적 계기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다. 그는 전날 공개한 영상에서 “연준 청사 개·보수 공사와 관련해 지난해 6월 의회 증언과 관련한 문제로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지난 9일 통보받았다”며 “이는 행정부의 지속적인 압박과 위협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돼야 할 전례 없는 조치”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고 통화정책의 정치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정치적 압박 속에서 과도한 금리 인하로 내몰릴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상승하고 장기금리가 불안정해지면서 달러화 자금 이탈이 가속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른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또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재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달러 가치와 미 금융자산 신뢰가 훼손될 경우 금·은 등 실물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국제 금값은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상대로 해임 가능성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 압박을 강화했을 당시에도 급등한 바 있다. 당시 뉴욕증시는 크게 흔들렸고, 금값은 이후에도 연준 독립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상승 압력을 받아왔다.
재닛 옐런 전 Federal Reserve 의장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은 극도로 소름 끼친다”며 “시장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연준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금과 은을 비롯한 안전자산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달러와 미 국채,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