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워싱턴 D.C. -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제공받은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허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이 향후 몇 주 내에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영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1일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과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며, 유엔 총회 이전에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타임스는 미국 정부 일부 당국자들이 무기 사용 제한을 푸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지금 당장 그것을 다루고 있다”고 답하며,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블링컨 장관 또한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는 오는 13일 워싱턴에서 열릴 바이든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에서 제공받은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의 군사시설을 타격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해왔다. 미국은 지난 5월, 러시아 본토를 직접 타격하는 데 미국산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면서도, 국경 너머에서 공격해오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반격을 가할 수 있도록 일부 완화한 바 있다. 그러나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 후방 목표물을 타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해왔다.
서방이 제공한 미사일로 러시아 후방의 핵심 시설을 타격할 경우, 전쟁이 러시아와 서방 간의 전면전으로 확대되거나,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주요 이유였다. 또한, 미국은 러시아가 이미 주요 군사자산을 사정거리 밖으로 옮겼기 때문에 장거리 미사일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란이 서방의 경고를 무시하고 러시아에 수백 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화력 증강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우크라이나는 자국 주요 도시를 겨냥한 장거리 공습의 원점인 러시아 본토 내 군사시설에 대한 타격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250㎞에 달하는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를 제공하며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지지해왔으나, 미국의 반대에 따라 결단을 미뤄왔다. 그러나 이란의 미사일 공급이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의 요구가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블링컨 장관은 런던에서 열린 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을 미국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을 완화할 경우, 2년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